정려원 "쉴 때 핸드폰 게임…현장에선 대본 앓이"
- Admin
- 2017년 12월 18일
- 3분 분량

배우 정려원은 아직 마이듬이었다. 연신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정려원은 지난달 28일 종영한 KBS 2TV '마녀의 법정'에서 마이듬 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6.6%(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해 14%가 넘는 시청률로 종영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려원은 "마이듬 역을 하면서 실제 성향도 바뀌었다. 배울 게 많았던 현장이었다"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마녀의 법정'은 기대작이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그저 그런 드라마였다. 정려원의 검사 연기에 대해 미심쩍은 눈도 있었다. 막상 베일을 벗은 '마녀의 법정'은 정려원 아니면 마이듬이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2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아 이른바 '대박'을 쳤다. 인터뷰 말미 최우수상이 아닌 인기상을 받고 싶다는 말에서 그의 진심이 느껴졌다. - '마녀의 법정'에서 연기를 자신 있게 하더라. "연기의 근원지가 있었다. 마이듬 성격과 비슷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를 실제로 캐릭터화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정말 사이다 친구다. 분위기가 싸하면 '왜 싸하냐'고 묻는 친구다. 그래서 스타트를 쉽게 할 수 있었다. 다만 어려웠던 건 마이듬에 나를 입히는 과정이 조금 오래걸렸다." - 아직도 말하는 톤이 아직도 마이듬 같다. "톤은 원래 걸걸하다. 그래서 외향적일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실제론 소심하고 예민하다. 아무한테나 장난을 걸지 못한다. 그에 반해 마이듬은 '똘기'가 있다. 극중 납치당했을 때 상황도 대본에는 멋있게 그려져 있었다. 막상 촬영 땐 아무생각 없이 들어가서 갇히면 아무리 마이듬이라고 해도 겁을 먹을 것 같았다. 그래서 겁먹은 연기를 했는데 코미디가 됐다." - 검사 역을 맡는다고 했을 때 우려가 컸다. "잘 알고 있었다. 대본 리딩 때 녹음을 해서 들어봤더니 말끝을 많이 흐리더라. 대사는 폭발력이 있는데 전달력이 떨어져서 끌어오려고 노력했다."
- 언제 마이듬이 자신에게 맞는 옷이라고 생각했나. "4부 엔딩 때 윤현민을 눈치 보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마이듬의 말투가 '내 입에 붙었구나' 했다. 6부 땐 내내 병원에 있었는데 상대방 없이 혼자 연기해야 했다. 그때 장난을 많이 쳤는데 그걸 감독님이 다 살렸다. 이런 장난 하나하나도 캐릭터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나한테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마이듬이라는 사실에 가족도 놀랐다. '왜 이제야 알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 - 그래도 방송 초반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있고 어미처리도 깔끔하지 않았다. 모든 걸 마스터 한 상태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적었다. 두려움도 많았다. 촬영을 강행하면서 어려움을 이겨냈다." - 사회적인 문제를 드라마에서 다뤘다. 가히 충격적이었다. "몰래카메라 사건 연기할 때 정말 기분이 안 좋았다. 그리고 그런 사건을 당해 본 적이 없지 않나. 선고 장면에서 내 뒤로 샤워 장면이 나오는데 연기인데도 수치스럽더라. '피해자들이 이런 기분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피의자 추궁할 때 더 부르르 떨면서 연기했다." - 무겁고 성적인 내용도 있었다. 다루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동성애 이야기도 있었다. 부담감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작가님이 '할 얘긴 해야겠다'고 고집스럽게 밀고 나갔다. 보통 '교수가 성폭행했대'하면 언제부턴가 주체를 남자로 떠올린다.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다. 그리고 몰래카메라 사건 때도 '여검사 동영상'이라는 글이 떴을 때 '여검사'는 여진욱 검사로 인식했다. 그런데 사람들에겐 '여검사'는 '여자 검사'였다." - 사회에 바라게 된 점도 생겼을 것 같다. "여성아동범죄전담부의 시스템이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이상적인 걸 드라마에 반영했다. 특히 1사건 1검사 원스톱 시스템이 좋았다. 대부분 피해자들은 심리를 진행할 때마다 검사가 바뀌기 때문에 매번 치부를 드러내야 한다. 그래서 중간에 멈추는 경우가 많다더라. 연기자들 대부분이 이런 부서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 마이듬은 또라이 캐릭터였다. 잘못 보면 '악녀' 같기도 했다. "'시청자가 많이 토론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있었다. 지금까지 이런 캐릭터가 없었다. 원래 더 악랄한 '악녀'였다. 그런데 감독님이 '악녀'보다 '마녀'로 보이길 원했다. 완급 조절이 잘 됐던 것 같다." - 마이듬 덕분에 실제로 성향이 바뀌었나. "변화가 있었다. 내성적이고 폐쇄적인 성격이었다면, 이젠 느끼는 대로 표현하려고 하는 편이다. 현장에서 불만이 있을 땐 '이듬이에 빙의했다'며 말했다.(웃음) 그리고 이듬이는 주체적이다. 원하는 대답을 끌어내는 편인데 나는 그러지 못한다. 논리적 관찰력이 좋은 게 부러웠다. 마이듬의 잔머리·두뇌회전·에너지·넉살이 나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 종영 후 좀 쉬었나. "10일 정도 푹 쉬었다. 주로 핸드폰 게임을 했다.(웃음)" - 핸드폰 게임을 즐기나. "게임에 시간을 너무 뺏긴다는 걸 깨달았다. 현장에 있을 땐 핸드폰 대신 대본을 들고 다녔다. 종영이 가까워오자 외울거리가 없어서 심심했다.(웃음)" - 메모하는 걸 즐기는 편인가. "의학 드라마 할 때 생긴 습관이다. 전문직을 연기할 땐 꼭 필요하다. 용어가 입에 붙어야 하고 프로여야 한다. 집안 곳곳에 포스트잇을 붙여놨다. 배가 고파서 그릇을 꺼내려면 그 단어를 외워야 꺼내는 시스템을 반영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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